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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ADOY [her] : 너라는 세계 너라는 세계가 나의 세계를 만날 때, 모든 것은 마법처럼 선명해진다. 신기한 일이다. 그다지 몸집이 크지도 눈부시도록 화려하지도 않은 너는 그저 살짝 미소 지으며 조심스레 한 발을 내디뎠을 뿐인데, 누가 와도 꿈쩍 않고 고집을 부리던 나의 세계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새로운 시신경을 선물 받은 것처럼 또렷해진 세상은 모조리 새롭다. 쳇바퀴처럼 돌던 집에 오는 길이 이렇게 아기자기했는지, 무감하게 바라보던 노을이 이토록 아름답게 매일 도시를 물들였는지 그제야 깨닫게 된다. 그뿐인가. 나의 세계를 성큼성큼 걷는 너의 걸음을 따라 태어나 처음 보는 꽃과 나무가 무수히 자라나고, 너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새와 작은 동물들이 날아..

카테고리 없음 2024.09.12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 수신,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제가,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고 치국, 나라를 다스리고 평천하, 천하를 평한다. 본 뜻은.. 수신, 선한 것으로 나를 가득 채운다. 제가, 집안 내에서 가족을 바깥 사람보다 아랫사람 대하듯 하지않고, 윗 사람 대하듯 하지 않는다. 치국, 나라를 선한 것으로 가득 채운다. 평천하, 천하를 가득 선하게 한다. 격물치지에 의해 그 전에 나는 선한 것이 늘 가득 차지 않고, 덜어지는 때도 있다. 그래서 늘 선한 것으로 가득 채우려고 나부터 노력해야 한다. 유교 대학 선 공자 대학 정말정말 어렵다

카테고리 없음 2024.08.10

고유의 나

난 고유의 나이길 원한다. 나를 둘러싼 상황, 나를 둘러싼 외적 환경, 내적 환경, 외모, 성향, 취미, 영감, 생각, 취향 같은 것들이 대체적이지 않기를 바란다. 대체적이지 않으려면 완벽해야 한다. 누구나 완벽할 수 없지만, 완벽한 척은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냥 너라서, 같은 발언은 나를 둘러싼 것들이 사라지면 대체할 것을 찾아 떠나갈 것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흥미가 떨어지면 너는 필요 없다는 것처럼 들렸다. 대단한 녀석들. 가벼운 녀석들. 나는 그냥 나라서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나의 모든 것들이라서 나이길 바란 것이다. 또 하나가 사라지면 그 하나를 채울 다른 이야기가 나에게 채워진다. 그게 진정한 나 이다. 우리는 존재로서 우리일 수 없음을 늘 명심해야 했다. 사랑을 받는 것도 사랑을 줄 수 ..

카테고리 없음 2024.07.16

당돌한 언어

그는 너무나 당돌한 언어를 썼고, 너무나 당돌한 웃음을 지었다. 당돌하게 나에게 들이박았고, 당돌하게 나에게 사과했다. 그의 당돌함은 가벼웠으나 참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다. 나는 그의 당돌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무거운 당돌함은 곧 내 세상의 숨결이 되었고, 가벼운 당돌함은 곧 내 세상의 땀이나 눈물같이 날아갈 체액을 의미했다. 엄지손톱이 갈라졌고 싹싹한 보조개를 가졌던 그의 당돌했던 덩어리는 실로 나에게 매력적이었다. 그가 행성에서 왔음을 처음 나에게 밝힌 날, 나는 판단하기 무서웠다. 솔직함을 무기로 한 날카로운 무례함이었다. 솔직함은 무례함을 늘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인과가 쌓인다면 솔직함을 내놔야 한다. 깊어질 관계는 늘 솔직함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모든 태반..

카테고리 없음 2024.07.16

형용하다

나를 형용하는 존재를 사랑한다는 건 나를 잃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였음을 최근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형용할 수 없는 것은 형용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말을 정확히 이해한 듯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꽤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듯 싶었다. 내가 형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형용하지 않겠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는 필연적으로 존재할 것이며,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말이었다.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기에 형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형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형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음으로 반증했다. 나는 내 말을 굳이 자기 마음대로 좋은 쪽으로 꼬아들은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테고리 없음 202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