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를 아는 사람은 그가 남긴 유명한 에피소드 하나도 알 것이다. 그건 세상의 희망에 대한 에피소드다. 늘 세상을 어둡게만 바라보는 카프카에게 친구인 막스 브로트가 어느 날 물었다고 한다: “그러면 자네 생각으로는 이 세상에 희망이 없다는 말인가?” 카프카가 대답했다: “희망은 세상 어디에나 있지. 하지만 그 많은 희망들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네.” 이 아리송한 희망론은 얼른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몇 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부정적인 해석이 있다. 카프카의 말은 사실상 오늘 우리가 처한 어두운 희망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돌아보면 지금 여기의 현실 안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희망은 무수하고 곳곳에 편재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직시하듯 그 희망은 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