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09
12.3. 사태 이후 6일차에 접어들었다. 기득권은 침묵했고, 일개 시민이 입을 열었다.
필수 고등교육을 마친 현세대에게 현 시국에 대한 정치적 무관심은 무지가 아닌 매국이다.
이 정권의 존립은 내가 또다시 세월호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이태원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는 유족이 되거나 친구를 잃을 수 있다.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나는 또 다른 박종철이 될 수 있으며, 박종철의 어머니가 될 수도, 박종철의 딸이 될 수도, 박종철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
12.3. 비상계엄령 이후 여섯 시간 동안 우리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반국가세력’에 해당했다. “미친 거 아닌가?”라고 떠올렸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여섯시간동안 반국가세력에 해당했다.
12.3. 사태 이전 11월 4주 차 대통령 지지율 25.0%
12.3. 사태 이후 12월 1주 차 대통령 지지율 17.3%
실제로 5.0%는 될지 의문이다. 12.3. 사태 이전, 대통령 국정수행 능력 평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71.0%의 국민은 계엄을 때려맞은 ’반국가세력‘으로 내몰렸다.
2024년에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하고,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를 돌파하여 청룡영화상 수상을 했다. 이 정부는 이 시대를 대변할 수 없다. 국민과 국가를 대변할 수 없는 정부는 즉각 퇴진이 불가피하다.
유서를 쓰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려 신념을 가진 군인의 총구를 부모와 형제에게 겨누게 하였다. 군인들의 존엄성은 대체 누가 지켜주는가. 군용 헬기가 국회에 들어서고, 군인들이 국회로 창을 깨고 들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며 1905년 러시아의 피의 일요일, “병사여, 인민을 쏘지 말아라.”가 즉각 떠올랐다.
7일, 탄핵 소추안 투표 당시 본 회의장을 떠난 국민의 힘 국회의원 105인의 이름을 다시 하나하나 읽는다. 가슴 깊이 105인의 이름 석 자, 삼백열다섯자의 이름을 새기고 역사에 남길 것이다. 불과 110여 년 전, 1911년에 일제의 105인 사건으로 신민회는 해체되었고,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불구자가 되고, 사망하였다. 다시 2024년 12월 9일, 신문 1면에 새로이 105인의 이름이 올라왔다. 부끄럽지 않은가?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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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707 특임 단장이 군인들을 용서해달라며 모든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을 시인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707 특임 단장, 육군참모총장, 국군 방첩 사령부 등. 책임을 전가하고, 시인하고, 하나 둘 출국금지 명령이 떨어지고, 구속영장을 받았다. 그런데 난 아직도 혀 깨물고 자살한 책임자가 없다는 것이 의문스럽다. 이 시국에 살고 싶어서 하나 둘 털리는 모양새라. 그런 사람들이 내 윗대가리에 있었다는 것 자체로 부끄럽고 분통스럽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책임을 보여라. 그저 자리 하나 내놓는 것은 책임을 직시하는 것이 될 수 없다.
왕이 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 시대에 맞게 광화문에 목을 달아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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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한국에서 꽤나 공부한 엘리트 계층은 이 시국에 무얼 했는가? 대한민국의 기득권은 침묵한다. 대한민국의 기득권은 나라가 망해갈 때는 늘 답이 없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 대한민국 여권을 들고 외국에 나가 ‘south, korea에서 왔다면서, 제법 괜찮은 환율로 환전한 돈으로 명품을 산 건 sns에 올리면서. 이런 비극적인 시국에는 한마디 한마디를 함구緘口한다. 혹은 시간이 지나서야 관련 희생자들을 인터뷰하며 검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제야 한마디 얹는다.
응원봉을 들고나와 핫팩을 나눠주고, 택시 미터기를 켜지 않고, 따뜻한 커피를 선결제 해놓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만들었다. 이런 사람들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선구한다. 이런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민주주의는 무임승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