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군인이다
악법도 법이다.
Dura lex, sed lex
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소크라테스의 색을 나타낸다고 볼 수는 있겠다.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선고받고, 친구에게 탈옥을 권유 받았다.
거절한다.
크리톤의 맥락을 살펴보자.
'만일 자네가 우리를 싫어하거나, 그 약속이 자네에게 옳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면 70년동안이나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있었네. 자네는 그 동안에 이 나라를 떠날 수도 있지 않았나. 그러나 자네는 라케다이몬이나 크레테의 법률을 훌륭하다고 칭찬한 일은 있지만 그곳을 택하지는 않았네. 자네는 오히려 절름발이나 소경이나 그밖의 어느 불구자보다도 더 아테네를 떠나지 않고 여기 머물러 있지 않았나. 그처럼 자네는 어느 다른 아테네 사람보다도 이 나라와 국법을 사랑한 것이 아닌가. 나는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하네.'
여기서 중요한 건, 반어니 뭐니 해석이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철학자라 신념이 확고했는가?
소크라테스는 위대해서 이런 신념으로 죽음까지 내놓을 수 있었는가?
에 대한 답변에 반증해보겠다.
소크라테스는 군인이다.
이걸 알고 있었나? 일단 나는 몰랐다.
아테네는 군복무 의무가 있었기에 소크라테스는 3번의 전쟁에 나갔다.
-포티다이아 전투(기원전 432년)
-델리온 전투(기원전 424년)
-암피폴리스 전투(기원전 422년)
주기를 살펴보자.
포티다이아-8년-델리온-2년-암피폴리스
자주.. 많이도 나갔다..
전쟁에 나가는 건 목숨이 걸려있다.
이걸 세번 나갔다.
델리온 전투는 심지어 패전했다.
여기서 살아돌아왔고, 살아서 철학하고 술먹고 돌아다닌 소크라테스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일반적인 사람에게 전쟁은 트라우마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또 일반적인 사람은 전쟁에서 살아돌아올 수 없다. 전쟁터에서 소크라테스는 살인을 했을 것이고, 수탈을 했을 것이고, 수탈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방패막이로 삼았을지도, 강간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쁜 일을 하면 안되는 이유는 나 자신이 발뻗잠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길게 서술해보겠음.) 그렇기에 전쟁에서 돌아온 이들은 대게 트라우마를 수반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선 자기합리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난 전쟁 트라우마에 대한 자기합리화 과정이 소크라테스의 신념이라고 본다. 이 신념(=자기합리화)이 어긋나면 소크라테스는 살인 트라우마로 정신병이 걸려 이미 골방에 틀어박혀있거나 알콜중독자가 되었어야겠다.
소크라테스가 탈옥하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탈옥하는 순간 자신의 일생에 관한 합리성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탈옥은 소크라테스의 지난 발뻗잠 순간들의 부정을 뜻한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국법을 지킨 대단하고 고능한 철학자가 아니라 사실 트라우마를 이겨낸 군인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 얘기는 아빠한테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래서 철학을 공부할 때는 세계사의 앎이 선행되어야 함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볼까 고민중이다.
•악법도 법이다 ~ 일부 동의는 하는데, 죽음이라는 극단적 경우라면 완벽하게 동의한다고 하진 못하겠다.

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