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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독후감 첨삭 3차

waltermodel 2024. 4. 30. 13:17

“이게 바로 빨치산 딸의 본질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말기의 독일 내외의 전쟁사를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쟁 직후의 한국사에 대해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해졌다. 재작년인가 작년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처음 읽었을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무거운 내용이라 깊이 있는 이해가 되지 않은 채 책을 덮었었다.

가장 크게 느낌이 온 걸 묘사한다면 이렇다.
현재 나 자체가 과거가 되어가는 역사의 흐름 속에 현존한다는 느낌이 글자 위로 샤프심 위로 샤프 위로 손을 통해 흘러온다.

구빨치와 조선일보 애독자가 형 동생을 맺는다. 사상보다 사람이 먼전데. 분명 그러한데. 대체 무슨 소속감과 분노로 서로를 미워하나.

사상보다 모성애. 신념보다 부성애.
와닿는다. 딸과 가정이 없을 땐 신념과 사상과 자신의 현존이 가능하다. 그러나 화자의 존재가 부모의 신념이 되는 길에 맞닿는다.

아. 그럼 그 과거는 앞으로의 세대에게 어떻게 회자될까?

내가 왜 가난한지. 내가 왜 부유한지. 내가 왜 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내가 왜 이 대학에 올 수 있었는지. 내 부모님은 왜 꼰대였는지. 내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내 사랑하는 가족들의 기분은 왜 항상 날씨와 같았는지. 내가 양성평등의 교육을 받는 시대에 살 수 있던 이유.
가 채 100년이 흐르지 않은 근현대사에 그 근본을 둔다.

원래 인간의 삶이란 너무 파란만장하여 역사의 흐름보다 더 변화가 잦은 것이라고는 한다. 그럼에도. 우리를 후벼파는 공통된 지점을 한번쯤은 눈여겨 보아야하지 않겠는가..

공통된 아픔을 기억하고, 사상보다 사람이 먼저임이었음을 안다. 빨갱이라 하면 선을 그어 앉혀놓고 총살 당하던 어른을 기억하는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민주당 정치인 유튜브에 댓글을 달 수밖에 없다. 빨갱이는 나가 뒤져야 한다고. 돈이 많은 사람이 돈이 없는 사람보다 우월한 권리를 가졌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는 가난한 집안의 자수성가 민주당 정치인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대통령이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나이 든 이들의 신념이란 아주 똘똘 뭉쳐서 이걸 깰 수 없다.
난 이런 신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다시 교화하거나 이해를 돕는 방법은 모른다. 그렇다면 대상을 바꿔보자. 현세대, 그리고 신세대. 이들의 인식이 객관적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부 꽤나 한 기득권들은 다들 알고 있지 않나. 물론 그들의 이익관계를 이해할 수는 있겠다. 그래도 80년대에 촌지를 왜 안 가져오냐며 학생의 뺨을 때리는 선생이 있는 반면, 오기 가득한 신념을 가진 진정한 교육자도 존재했다. 이처럼 현대에도 그저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아닌 선생으로 진정한 교육인이 백중에 하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적어도 백에 하나는 말이다. 적어도 백에 팔십이 페러다임에 있다면 열아홉은 사익을 위한 신념을 가진 이, 하나는 공익을 위한 신념을 가진 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정체성이 애초에 없다. 그래도 너무 의문투성이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내가 물으면,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시 묻는다.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는 내가 잘못되었나,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는 사회구조가 잘못되었나.
우리나라 교육부는 일을 안 하는 건가. 나도 희생당한 거 같아서 기분이 엿 같다.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모두가 역사의 잔재가 아닐 수 없다.

한줄평 : 동지가 아닌 인사가 된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