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최진영
1. 연적 : 연애의 경쟁자. 또는 연애를 방해하는 사람.
아버지와 엄마의 사랑이 너무나도 철저하고 완벽해서 나는 외로웠다. 솔직히 나라고 하느님이나 돈과 연적이 되고 싶겠나.
-아빠는 아버지고, 엄마는 엄마인 게 웃프다..ㅋㅋ
2. 간명 : 간에 새긴다는 뜻으로, 마음에 깊이 새겨 잊지 아니함. > 간단명료?
절망과 오기로 똘똘 뭉친 한 시절을 보낸 후에야 나는, 사랑받으려면 일단 무엇이든 사랑하고 봐야 한다는 간명한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3. 적선 : 착한 일을 많이 하다, 동냥질에 응하다.
표독 : 사납고 독살스러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길길이 날뛰자 그 사람은 적선하듯,
그래 그거 했다. 됐냐?
라는 말을 던지고는 바로 자리를 떴다. 나는 그를 쫓아가 그의 입에서 끝내 ‘사랑’이란 단어를 뽑아내고야 말았다. 그런 식으로 복수했다. 그는 아마 ‘사랑’이란 단어에 알레르기가 생겼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하라며 표독하게 쫓아다니던 내가 떠오르겠지. 젠장, 나라고 그렇게 푸대접하고 싶겠나.
4. 애드벌룬 : 광고 풍선, 광고하는 글이나 그림 따위를 매달아 공중에 띄우는 풍선.
추위에 발발 떨면서 잠도 못 바고 밥도 못 먹고 버려진 애드벌룬처럼 하늘에 붕붕 떠 있는 나를 상상하자 절로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종이 울렸다.
5. 그날 일기장에 “ i believe i can fly. I believe i can touch the sky. “란 문장과 J의 미소와 아름다움에 죽고 싶다는 내용을 썼다. 어쩌다 보니 Y얘기는 빼먹고 말았다.
6. 나는 일부러 J를 피했다. 아무 감동도 느낌도 없이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주고받는 애들 중 하나가 되고 싶진 않았다.
말을 건네도 좋았을 순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 않았다. 까지만 있었다면 위선으로 인식했을 것 같다. 척 같았을 것이다. 근데 다음장에 ‘말을 건네도 ~ 아니다’ 이 부분이 있어서 앗! 싶었음
7. Y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벌떡 일어섰다. 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 Y는 일어섰고, 나는 떨어졌다는 게 멋진데??
8. 아름답다 와 사랑은 지구와 달처럼 늘 함께 움직였다.
9. 원형 : 같거나 비슷한 여러 개가 만들어져 나온 본바탕.
지난 연인들이 나의 첫사랑을 궁금해할 때마다 나는 사진 한 장을 주먀 그것이 내 사랑의 원형이라 말하곤 했다. 그리고 헤어질 때면, 그 사진을 반드시 돌려받았다. 그 사진 속엔 여어다지가 담겨 있다. 파란 하늘. 마른 나뭇잎. 죽어가는 나무. 따뜻한 햇살. 서늘한 바람. 메마른 냄새. 그리고 가장 먼 곳에서 유령처럼 흔들거리는 J의 희미한 뒷모습.
